[세상사는 이야기]

NYT도 피하지 못한 코로나19 과장보도 "섣부른 결론 대신 맥락·한계 전해야"

그리움 한줌 2020. 7. 16. 16:42

 

 

수입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에 대한 특례수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관련 연구개발(R&D)의 성과 역시 세계적으로 가장 주요한 뉴스 주제가 됐다. 하지만 관련 치료제 개발 등을 보도하는 언론 보도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미국 의학학술지를 통해 제기됐다. 사실에 충실하게 기반해 주요 성과를 보도하되 연구의 한계를 함께 언급하고, 무엇보다 한 건의 연구 성과를 강조하기에 앞서 다른 연구 등 ‘맥락’을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WHO, 뉴욕타임스도 피하지 못한 편파·과장 소통


리처드 사이츠 미국 보스턴대 보건대 교수와 개리 슈위처 미국 미네소타대 보건대 교수는 지난 반년 동안 코로나19와 관련해 이뤄진 전세계 국제기구와 매체의 과학 소통(커뮤니케이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13일(현지시간) 미국 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달 6일까지 미국국립의학도서관의 의학데이터베이스 ‘펍메드’에 등록된 코로나19 관련된 논문 수는 3만 편이 넘는다”며 “코로나19 환자와 입원,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진단과 치료 등에 관해 알고자 하는 의료진과 환자, 정책결정자, 대중의 열망이 큰데, 이럴 때일수록 연구 결과에 대한 소통이 중요하다”며 연구 배경을 밝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관련 과학 소통이 보고서와 기사, 토크쇼, 기업의 홍보 등을 통해 이뤄졌지만, 상당수에서 부족한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실패 사례로는 단 하나의 연구 성과만으로 마치 결론이 난 것처럼 알리는 ‘침소봉대’ 유형, 연구의 한계는 축소하고 결과는 과장하는 ‘취사선택’ 유형, 충분히 검증되거나 동료평가를 받지 않은 연구를 다뤄 혼란을 가중시키는 ‘교각살우’ 유형을 꼽았다.


연구팀은 대중의 큰 관심을 끈 치료제 후보물질의 홍보 및 보도 사례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나 뉴욕타임스 등 세계적인 매체조차 이런 유형의 소통 실패를 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사협회지(JAMA)는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관련 과학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점을 제시하는 기고를 게재했다. 성급한 결과 보도를 지양하고 한계와 맥락을 함께 언급하는 신중한 보도를 당부했다. JAMA 논문 캡쳐


렘데시비르의 경우, 4월 초부터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발표되기 시작했다. 제조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안전성이나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한계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사는 “렘데시비르가 임상적 개선을 이뤘다”고 보도됐다. ‘취사선택’ 유형의 오류였다. 


4월 말 미국국립보건원(NIH)이 1000명 규모의 대규모 무작위대조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렘데시비르가 경증 환자의 회복기간을 30% 줄인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동료평가를 거친 논문이 없었고, 같은 날 임상적 개선 효과가 없다는 정반대의 임상시험 결과가 영국 의학학술지 ‘랜싯’에 논문으로 발표됐음에도 NIH의 기자회견에서는 ‘코로나19 치료의 새로운 표준’이라는 일방적 표현이 나왔다. 많은 국내외 언론이 '눈에 쏙 들어오는' 이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며 성과를 알렸다.

 

약 한 달 뒤, 연구팀은 정식 연구 결과를 의학학술지에 발표했다. 하지만 초기 발표와는 다소 구체적 사항이 달랐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독자를 롤러코스터 태운 듯” 새로운 치료제, 백신 후보물질 나올 때마다 요동치는 여론


6월 16일 깜짝 등장해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로 주목 받은 스테로이드계 약물 ‘덱사메타손’ 보도도 비슷했다. 연구를 이끈 옥스퍼드대가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환자의 감염 28일 뒤 치명률을 17%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하자 WHO가 “많은 인명을 구할 획기적인 과학적 진전”이라고 평하고 뉴욕타임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죽음을 줄여줄 싸고 흔한 약”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발표는 무작위 대조실험을 통해 치명률 차이를 비교한 보고서가 아니었다”며 “덱사메타손을 포함한 스테로이드제의 치명률 감소 효과는 이후의 체계적 리뷰 연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가장 큰 혼란을 불러 일으킨 사례로 말라리아약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꼽았다. 3월에 소규모 실험에서 이 약이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가 나오자 미국 대통령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사용량이 폭증했고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이 사실은 큰 사회 문제가 돼 여러 탐사보도와 함께 논문까지 나왔다(아래 기사). 한때 전세계에서 이뤄지는 임상시험의 대부분이 말라리아 약일 정도로 임상시험도 활발했다. 지금도 WHO의 국제임상시험등록플랫폼(ICTRP)에 등록된 전세계 임상시험 1327건 중 273건이 항말라리아제로 단일 분야로는 가장 많다.

 

(관련 기사 : '그들' 한 마디에 검증 안 된 치료제 구매 검색량 52배 치솟았다)


하지만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잇따랐고 FDA는 긴급사용승인을 철회했다. NIH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보름 뒤 2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관찰 연구 결과 이약이 치명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 ‘국제 감염병저널’에 발표되자 다시 “치명률을 낮출 수 있는 약”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5일 뉴욕타임스가 미국 내 약 1000개 카운티의 인종별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을 지역별로 조사 비교한 탐사보도 결과를 보도했다. 상당수 카운티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라틴계 미국인의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이 백인보다 높았다. 전체적으로는 아프리카계가 백인의 2.7배, 라틴계는 백인의 3.2배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세계의 모범이 될 만한 뛰어난 의학 및 생물학 기사를 데이터 기반으로 다수 발표했고 이 기사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역시 일부 기사에서 다소 신중하지 못한 주장을 제목으로 쓰는 등 비판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기사 캡쳐

연구팀은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팀은 “결과를 조심해서 해석해야 하며 무작위 대조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이런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다”며 “뉴스와 소셜미디어는 최신 연구 결과에 집중해 보도하다 보니 효과가 있다고 했다가 없다고 하고 때론 해롭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해 독자들을 롤러코스터에 태웠다”고 지적했다.


●국내도 일희일비 보도 심각 ”연구 맥락과 한계 밝혀 신중하게 보도하길”


연구팀은 “뉴스는 약의 사용과 주식시장,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몇 가지 주의를 기울이면 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인 의학적, 정책적 경제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보도를 할 때엔 중 결과를 알리며 연구가 절대 ‘최종 결론’이 아님을 밝힐 것을 권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의 논평을 받을 필요도 제기됐다. 이 때 단지 해당 연구 결과에 대한 논평이 아니라,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연구의 결과를 담아 ‘맥락’을 함께 전할 것도 권고했다. 제대로 된 논문이 아닌 연구 결과는 주의를 기울이며, 특히 보도자료일 경우 신중히 접근할 것을 권했다.


연구팀이 지적한 내용은 국내 코로나19 보도에도 모두 해당하는 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요 치료제 및 백신 연구개발 성과가 나오면 시차를 두고 한국에도 그대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생명공학사 모더나가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1상 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뒤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을 때, 국내에서는 모더나의 성공과 한계를 다루는 정반대의 기사가 하루 사이에 각각 실리기도 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단백질 614번 아미노산이 글리신(G)으로 바뀐 변이가 이 아미노산이 아스파트산(D)인 유형보다 감염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이번에는 세포 실험 결과 인체 내 바이러스 량이 늘었다는 사실과, 전세계 주요국가 및 지역의 변이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사실이 근거로 제기됐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셀 논문 캡쳐

해외에서는 아직 논란이 많아 상대적으로 적게 보도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 위험성도 국내에서는 유독 부각돼 “전파력이 6~10배 강하다”는 식으로 기정사실화돼 보도됐다. 셀트리온 등 일부 기업은 이런 국내의 변이 공포에 맞춰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에 더 적합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홍보에 활용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코로나19 변이로 전파력 정말 높아졌나…전문가들 "감염력 높아져도 사람간 전파력 증가는 미지수")


연구팀은 “성급하고 불완전하며 잘못된 정보에 입각해 정보가 소통되면 모두가 피해를 입을 뿐”이라며 “이 경우 과학과 의학, 홍보, 저널리즘에서의 신뢰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시간뿐인 만큼 코로나19에 관해 소통할 때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주장과 데이터를 살펴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