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인터넷 설치 기사의 따뜻한 후기

그리움 한줌 2023. 11. 7. 10:29

 

 

저는 인터넷 설치 기사였습니다.

 

 

대학을 휴학하고 복학을 준비하려고 하니

 

IMF 로 인하여

 

집에서 등록금을 받을 수가 없는 형편이었죠 .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던중

 

'KX  인터넷 설치기사 모집 -1 만원 / 

 

초보자도 하루 세 건은 함 '

 

이라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

 

 

한 달  25 일을 일하면  25X3=75...

 

' 일단 편의점 보다는 많다 !'

 

라는 생각에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

 

 

다행히 군대서 통신병을 하였고 ,

 

대학생이라 하니

 

선로와 컴퓨터를 잘 안다고 생각하셨는지

 

합격이 되었습니다

 

 

 ..  통신병이었으나 무전병이었다는 것과

 

대학생이나 계산기도 버겁게 다룬다는

 

사실은 목구멍에서만 맴돌았죠 ..

 

 

그렇게 시작한 설치기사 일을

 

6 개월 일하고  6 개월 복학을 하고

 

다시  6 개월 휴학하고 일하고

 

다시  6 개월 복학을 하고

 

이렇게  5 년이란 세월을 보냈습니다 .

 

 

인터넷 설치기사라는 게

 

항상 처음 보는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한 시간 가까이 방안에서 컴퓨터를

 

만지작거려야 하는 직업 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 사람 저 사람 집 다니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

 

 

벌써  5 년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

 

 

 

첫 번째  밥 차려 주신 할머니

 

 

한창 바쁠땐 하루에 열 집 이상을 돌아야 합니다 .

 

물론  10 만원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

 

 

그중에는 무상 A/S 도 있고

 

설치가 안 되는 집도 있고

 

기타 등등이 많아 운이 좋으면  6~7 건을 하는데

 

그나마도 한 달내 해지를 하면

 

설치비가 나오지 않아 ..

 

생각처럼 때돈은 안 벌립니다

 

 

8 시에 출근해서 오더를 받고

 

전화를 일일이 드려 시간약속을 잡고

 

장비를 수령하고 총알같이 튀어나가도

 

9 시를 보통 넘깁니다

 

 

방문해 달라는 시간도 제각각이라

 

황량한 동네를 하루에도 몇 번씩 가로 지르며

 

점심을 굶기 일수죠 ..

 

 

그날도 아마 길거리 표 햄버거를 먹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설치를 갔을 겁니다 .

 

 

90 도 배꼽인사를 하고 들어가서

 

인터넷 설치를 하고 있습니다 .

 

( 설치후 기사평가를 하는데 불친절 뜨면

 

곤장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

 

 

자식들은 모두 출근했는지

 

할머니 혼자 계셨습니다 .

 

 

컴퓨터가 있는 방을 안내받고 들어가서

 

사부작 사부작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설치를 한참하고 있는데

 

밥상을 들고 들어 오시더라구요 ..

 

 

" 젊은이 ...  먹고하지 ?"

 

머슴밥처럼 고봉으로 쌓은 밥이

 

새로 했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고

 

반찬도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

 

 

국과 밥이 한 개인걸 보면 저만 먹으라고

 

일부러 지으신 밥이었습니다 .

 

 

차마  " 어르신 제가 오기 전에

 

햄버거를 먹어서 배가 부릅니다 "

 

라고 말할 수가 없더군요 ..

 

 

또 배는 불렀지만 어르신의 정성이

 

배속의 햄버거를  ' 좌우로 밀착  시켰습니다 .

 

 

우물쭈물하던 제가 밥숟가락을 드는 것을

 

보신 후에야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고마운 마음에 남김없이 밥을 먹는데

 

목이 메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 이런 분이 아직도 계시는 구나 ..'

 

 

하지만 밥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들분이 드시는 보약이라며

 

대접에 데운 보약을 가져다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 젊은이 기술이 좋구먼

 

힘든 일 하는 것 같은데 몸이 재산이여 "

 

 

그 당시에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일단 먹고 마시고 봤는데 ..

 

 

시간이 지나도 그 어르신이

 

차려주신 밥상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

 

 

 다신 뵙지 못 했지만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어르신 !“

 

 

 

두 번째  합동설치

 

 

K*  인터넷은 전화국과의 거리가

 

인터넷 품질과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전화국에서 직접 신호가 나가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우면 신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

 

(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

 

 

제가 있던 전화국에는 전화국에서 먼

 

그것도 상당히 먼 지역에

 

소위 말하는 달동네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곧 재개발 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던 지역이기 때문에

 

선로에 대한 정비나 투자가 빈약한 곳이었죠

 

 

한 번은 그곳에 인터넷 설치를 하러 갔습니다 .

 

주소가  '  108 번지 아무개씨네 댁 '

 

이렇게 나옵니다 .

 

오토바이를 몰고

 

 108 번지 통장집을 찾아갔습니다 .

 

 

그리고 댁에 인터넷 설치를 왔다고 하니

 

저를 데리고 직접 집으로 안내를 해 줍니다 .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

 

 

대문이자   현관문이자   안방문인

 

창호지 바른 미닫이 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실내로 들어가니

 

두 평 남 짓 되는 방 입니다 .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고

 

주방은 방문 옆에 버너가 놓여져

 

있는 게 전부 였습니다 .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거기서 세식구가 산다고 합니다

 

원래는 제법 살았는데

 

IMF 에 아저씨의 사업이 망하고

 

집은 경매에 들어가서

 

세간 살이만 겨우 챙겨

 

도망치다시피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

 

없는 살림 이지만 아들은 공부를

 

시켜야 하기에 인터넷을 신청하신다 합니다

 

 

컴퓨터는 다행히 들고 나오셨는지

 

집과는 묘한 대조를 이루는 최신형 컴퓨터입니다 .

 

 

집밖에 선을 끌어다 모뎀에 연결하니

 

신호가 잡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전봇대에 올라가 선을 끌어왔습니다

 

 

그래도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오래된 선들이 정비도 안 되고

 

야외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물을 많이 먹은 것 같았습니다 .

 

 

어쩔 수 없이 내려와서 말씀을 드렸죠 .

 

" 아주머니 인터넷 신호가 잡히질 않네요 .

 

설치가 불가능 합니다 ."

 

 

그러자 아주머니가 눈물을 훔치십니다 .

 

제 앞이라 그런지 목놓아

 

울지는 못 하시고 흐느끼시며

 

부모를 잘 못 만나 아들이 공부를 못 한다며 ..

 

 

저는 어쩔 줄 몰라 했고

 

아주머니는 몇 분을 우시더니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

 

사실 우리를 부르기 전에

 

다른 인터넷 설치 업체도 불렀는데

 

지번만 듣고는 설치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

 

 

그래도 방문해서 한 시간 넘게 애쓰셨다며

 

저한테 오천원짜리 한 장을 건네셨습니다 .

 

 

뭉클 하더군요

 

 

" 안 받으면 더 섭섭하니까

 

꼭 받으시고 담배 값이나 하세요 "

 

돈을 받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해봤습니다

 

받아서 돌아가기도 뻘줌하고

 

그렇다고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

 

 

' 뭐 조카같은 녀석을 위해서 하루 쯤 투자해 보자 '

 

는 생각이 들더군요

 

 

" 아주머니 제가 한 시간 단위로

 

하루종일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

 

오늘은 도저히 시간이 안되구요 ..

 

내일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다시 한 번 오겠습니다 .

 

내일 개통이 되면 그때 받겠습니다 ."

 

이렇게 말씀드리고 달동네를 내려오면서

 

전봇대 숫자를 세어 봤습니다 .

 

아랫동네까지 족히

 

10 개가 넘는 전봇대가 있더군요

 

평균  20~30 미터 단위로 세워져 있으니까

 

한  300 미터면 될 것 같았습니다 .

 

다음 날 아침 ,

 

소장님께는

 

" 오늘 한 건만 설치하겠습니다 "

 

라고 말씀들 드렸죠 .

 

첨엔 황당해 하시더니

 

  건당 돈 받는 녀석이

 

일을 적게 가져가겠다는데

 

크게 말리시지는 않더군요

 

 

또 나름 좋은 일이라 생각하셨는지

 

선뜻 케이블 한 박스를 내어주십니다 .

 

오토바이에 모뎀 한 개와

 

케이블 한 박스를 싣고 달려갔습니다 .

 

' 오늘 전봇대  10 개를 타야한다 이 악물고 타자 !'

 

아침 일찍 방문을 두드리니

 

아주머니가 나오십니다 .

 

" 밑에 동네에서 부터 선을 끌고

 

와야 하니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 .

 

좀 기다려 주세요 "

 

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옆 평상에 앉아 장기나 바둑을 두고

 

계시던 아저씨들이 그 이야기를 들었나 봅니다

 

 

" 아무개 씨네 댁에 인터넷 설치해 ?"

 

" 그럼 우리가 도와야지 ~"

 

하시더니 동네 어디선가에서

 

사다리 등을 꺼내 오십니다 .

 

제가 더 어리둥절 합니다 .

 

당시는  IMF 로 일용직 근로자분들이

 

새벽에 일을 못 구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그 분들 인거 같습니다 .

 

 

그중에는 전기 기술자 분들도 계시고

 

형님 뻘 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

 

아랫동네에서 선을 이어 온다는 얘기를 들으시더니

 

전기기술자 한 분 두 명이

 

양쪽에 전봇대에 올라가고

 

한명이 선을 올려 주면

 

금방 될 것 같다고 하십니다 .

 

저는 아랫동네에서 인터넷 신호가

 

들어 오는 선을 찾고

 

아저씨들이 선을 전봇대에 묶습니다 .

 

좌충우돌 우왕좌왕처음 해 보는 작업인지라

 

빗자루를 장대에 묶어 선을 끼워 올려 보기도 하고

 

 

뭐가 잘 안 되면

 

이래라 저래라 소리를 질러가며

 

일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

 

 

정말  8 시간을 모두 쓸 각오로 왔는데

 

두 세시간만에 일이 끝나버렸습니다 .

 

제가 더 어리둥절 했습니다 .

 

아저씨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 장기를 두려고 합니다 .

 

아주머니는 그런 관경에 또 우십니다 .

 

 

아주머니가 다시 내민  5 천원을 받고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데

 

저 역시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

 

 

많은 것을 배운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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