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왜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는 수소차를 싫어할까?

그리움 한줌 2020. 10. 14. 08:12

 

어렸을 때 미래 세계를 상상하면 자주 등장했던 것이 물을 연료로 쓰는 자동차였습니다. 그리고 수소차가 등장하면서 인류는 상상 속에 등장하던 자동차에 한 걸음 성큼 다가섰습니다. 수소차는 물 자체를 연료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물을 분해하거나 천연가스 등을 개질하여 얻은 수소를 사용하여 동력을 얻게 됩니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출처 :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

수소차 대중화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특히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2015년 인터뷰에서“수소차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며 “몇몇 업체들이 수소차를 좇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2020년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는데요. 2020년은 테슬라의 해였다고 할 정도로 성장세가 대단했고 전기차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도 큰 반면, 수소차는 왜 그의 꿈에서 배제되었을까요?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전기를 발생시키는 전지를 통해 동력을 얻는다는 점은 같지만, 둘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사용하는 전지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인데요. 전기차에서 쓰이는 2차전지(Rechargeable battery 또는 Secondary cell)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번 쓰고 버려야 하는 1차전지(1회용 건전지)와 구분하여 2차전지로 불리지요. 다 아시겠지만 2차전지는 미리 에너지를 충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와 달리 수소차에서 쓰이는 연료전지(Fuel cell)는 사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수소 연료전지는 구동 중에 수소가 지속적으로 주입되면서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구동 전에 수소를 주입하는 시간은 짧기 때문에 장시간 충전이 필요 없습니다. 게다가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무게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물론 수소차도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수소를 주입해야 하지만,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입니다.

이러한 수소의 장점 때문에 테슬라가 시도하지 못한 항공기 분야에서도,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항공기 제작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는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 비행기 제작을 추진 중입니다. 반면, 전기 항공기의 제작은 현 시점에서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륙과 비행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충전된 배터리를 항공기에 부착할 경우, 그 무게 때문에 비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요컨대 수소차는 충전시간, 주행거리 등 전기차보다 우위에 있는 점도 많습니다. 또한 수소차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도 큰 장애 요인은 아닙니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내놓듯, 이미 현대자동차는 2013년 수소차 개발을 완료했고 양산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소차의 가장 큰 문제는 수소 자체입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물질이지만, 지구상에서 단일 수소 원소 형태로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로 물, 석유, 천연가스, 메탄올과 같은 화합물로 발견됩니다. 따라서 순수한 수소를 분리해서 생산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생산 비용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기존 석유, 석탄의 몇 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인데요. 따라서 현 상황에서 수소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보면 세 가지로 나뉩니다. 현재 가장 흔한 방식이 ‘탄화수소 개질 공법’이고, 또 다른 방식은 ‘수전해 기법’입니다. 그리고 석유화학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 수소’가 있습니다. 이 중 탄화수소 개질공법은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할 뿐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됩니다. 또한 부생수소는 석유화학산업에 종속된 생산량이라는 점에서 수소 시대에 주요한 생산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수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수전해 기법’이 일반화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수전해 방식은 말 그대로 전기분해 방식이므로 막대한 전기가 필요합니다. 이 때 석탄 화력발전에서 온 전기를 이용할 경우, 석탄 연소에 따른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배출되겠지요. 따라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와 수전해 방식을 결합하여 수소를 생산해야 하고, 이렇게 생산되어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합니다. 결국 본격적인 수소 시대의 도래는 그린 수소를 얼마나 빨리 경제적으로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엘론 머스크는 2020년 6월에도 수소 연료전지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트위터에서 표출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수소차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엘론 머스크의 시각은 그가 유한한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성급하고 섣부른 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한 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가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일수 있습니다.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더 필요로 하는데 아직 그것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재생 에너지와 수소는 동반성장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 등에 의해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이 수소이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과도할 때 이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 및 저장하고,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부족할 때는 저장된 수소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소는 고갈의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도 인류가 반드시 에너지원으로 삼아야 할 물질입니다. 물이 에너지가 되는 모습은 우리가 미래 사회에 대해 가진 한 이데아의 실현이면서, 우리의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독립의 실현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것은 세계 경제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이뤄야 할 것들의‘끝판왕’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수소 사업이 당장은 밑지는 장사라도 선도적으로 투자하고 개발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직 수소는 풍력과 태양광 등이 자리 잡은 이후 등장할 차세대의 차세대 에너지 이미지가 강합니다. 기술적·경제적 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소 사회는 이상적이지만 가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에 가까운 것이죠. 따라서 세대를 뛰어넘는 장기적 시각과 냉철한 자세로 에너지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수소 사회로 가는 긴 여정에서 기존 전력체계와 석유 안보도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당분간 기존 에너지 체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 않고, 또한 그것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탄탄한 에너지 체계에서 완주해야 할 장거리 마라톤이기 때문입니다.